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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著, 달의 바다, 문학동네> 우연히 친구의 노트에서 발견한 중학교 3학년 때 내 장래 희망은 '천문학자'였다. 이 네 글자를 보자 NASA에서 일하면서 우주선을 타보고 싶어했다는 것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이건 어디에도 적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숨겨둔 꿈. 중학교 때 까지는 과학을 꽤 좋아하고, 썩 잘하기까지 했으니 저런 큰 꿈을 품었나보다. 하지만 그보다도 난 달과 우주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태어나서 열다섯살까지 살았던 주택집 옥상에서 여름 밤마다 누워 별자리를 손가락으로 그려보곤 했다. 케이스에 그려진 경마장면으로 추측컨대, 스포츠관람용이었던 것임이 분명한 망원경을 눈에 대고 옆에 펼쳐 놓은 별자리책을 흘끔거리고 있으면 이상하게 편안하고 또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오빠 보라고 정기구독한 '뉴턴'과학잡지에서도 별이 폭발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나, 우주선이 보내 온 오묘한 별 사진을 좋아했다. 달에 다양한 이름이 붙은 바다와 산맥이 있다는 것을 '아폴로13호'라는 영화를 보면서 알았고, '콘택트'는 내가 2번 이상 감상한 첫 영화였을 것이다. 고등학교의 자연계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실은 과학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때문에 대학에서는 과학이나 우주 따위와는 상관없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천문학자의 꿈은 잊고 살았어도 밤하늘과 별은 늘 올려다보고 바라보고 싶은 것이었다. 힘들 때 별을 보고 있으면 살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이 사실은 몇 억광년 전의 '과거'에 빛나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주는 너무 광활하고 인간의 삶은 미약했다. 그래서 현실의 괴로움 정도는 찰나의 것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위안을 얻어왔다. 그리고 이 소설의 순이 고모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역시 비슷한 감정을 불러와 위로가 되었다. 잘못은 티끌만큼 작아지고 반짝이는 긍정으로 시작할 수 있는 그 곳,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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