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 반 고흐展 책+영화+등등

고흐의 그림은 입체다. 네모난 평면 캔버스에 갇혀 있지 않고 살아서 꿈틀대거나, 반짝반짝 빛이 난다. '빛이 난다'라는 표현은 단순히 그 작품이 좋다는 수식이 아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탈색되고 변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빚어낸 색깔들은 여전히 고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문자 그대로, 빛을 발한다.

때문에 고흐의 그림은 반드시 직접 두 눈으로 보아야 한다. 사실 모든 미술작품이 도록으로 보는 것 보다 미술관에 가서 보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굳이 단 한 명의 화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는 당연히 고흐여야만 한다. 아무리 화질 좋은 도록이라고 하더라도, 빛이 나는 색채들과 꿈틀대는 붓터치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느낀 또 다른 감상은, 고흐는 분홍색을 가장 사랑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화가라는 것이다. 고흐라는 이름과 그의 그림을 떠올리면, 으레 해바라기의 노란색이나, 아이리스의 보라색, 혹은 작품 전반의 배경색인 푸른색이 생각난다. 하지만 생레미 병원의 정원(The Garden of Saint-Paul Hospital)을 보고 고흐의 과수원 시리즈나 벚꽃나무들, 아몬드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그 평화롭고 따뜻한 여린 연분홍 꽃잎들.

그는 색을 잘 쓸 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색들이 가장 아름다워보이는 지를 아는 것 같다.

The Garden of Saint-Paul Hospital / Saint-Remy: May, 1889 / Kröller-Müller Museum

이 그림인데, 구글을 아무리 뒤져도 내가 본 그 생기발랄한 오월의 정원은 나오질 않는다. 이 그림으로는 분홍이 어디 있으며, 어떻게 사랑스러운지 말할 수가 없다.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수준일 뿐. 



ㅁ전시일정: 2007.11.24~2008.03.16
ㅁ입장료: 12,000원
ㅁ다른 전시정보는 여기서 http://www.vangoghseoul.com/




덧글

  • 바오밥나무 2010/04/19 02:37 # 삭제 답글

    무거운 노랑과 청량한 초록의 희한한 혼색의 경계.
    아직 그 빛깔을 비슷하게라도 내는 이미지를 찾지 못했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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