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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깨달았는데 나는 바람부는 날씨에 약하다. 살랑 불어오는 훈풍의 봄바람이든, 뜨거움이 가신 서늘한 가을바람이든, 칼처럼 날카로운 겨울바람이든, 바람이 불면 좀 살 것 같다고 해야하나 숨통이 트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20일 밤에 불던 바람은 갑작스레 떨어진 기온에 차가웠다. 좀 춥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나는 그런 날씨일수록 더욱 기운이 났다. 어느새 목요일이었고, 이 행사를 보겠다고 일부러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지 않았던가. 언제부터인지 삼삼오오 모여 통기타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흐뭇했다. 무엇 하나 나쁜 게 없었고, 무엇이든 좋을 수 밖에 없었다.
8시 50분부터는 계속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시계를 보았다. 대체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가 투덜대며 시청광장을 한 바퀴 휘이 돌고 나니 어느새 9시 1분 전. 커다란 전광판에는 10이라는 숫자가 떴고 '다같이 카운트 해 보겠습니다' 사회자가 외쳤다. 10, 9, 8, 7, 6, 5, 4, 3, 2,1, ![]() 9시 정각!
![]() 내가 불과 20분 전 까지 빵을 먹고 있던 빵집도, 덕수궁 대한문도, 광장 바로 앞의 프라자 호텔도 불을 껐다. 여전히 불을 켜고 있는 얄미운 빌딩도 있었지만, 이토록 깜깜한 서울을 본 적이 있었던가. 아까부터 떠 있던 별이라는 걸 알지만 괜히 더 반짝 빛나보였고, 나는 또 어느어느 빌딩이 불을 껐을까 궁금해 하며 광장을 한 바퀴 휘이 돌았다. 이렇게 5분간의 소등행사는 끝났고 다음은 단체 통기타 연주, 곡명은 행복의 나라로. 한대수씨가 커다랗게 화면에 뜨고 사람들은 새삼 자세를 바로하며 코드를 맞춰보기 시작했다. 2020명이 참가하여 기네스북에 올리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지만, 어떻게 알고 참가했을까 궁금하던 내 부모님 또래의 아저씨, 아줌마부터 대학생, 고등학생쯤 될까 싶은 앳된 얼굴들까지. 모두 한 곳을 보며 연주를 시작하는데, 아 나는 내가 눈물이 흔한 인간이라는 것 역시 새삼 깨달았다, 눈물 찔끔. 문득 기타치며 밴드 만들고 싶다하던 아는 동생도 생각나고, 결혼해 멀리 가버린 친한 언니가 손이 부르트도록 기타를 배우던 모습도 떠올랐다. ![]() 이제 집에 가야지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떼다가 나는 깜짝 놀라서 멈춰 서버렸다. 달이 너무 크고 가까이 떠 있었던 것이다. 또 그렇게 한참을 서서 달을 보다가 '달이 너무 크고 가까이떠서, 생각나서 문자보내요'하고 근 1년간 연락이 없던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고, 어디에선가 나처럼 달을 보고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달이 너무 커요!'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 사람은 '지금 있는 곳에서는 달이 안 보이는데, 그래 어제밤에도 달이 참 크게 떴더라, 이따 나가봐야겠네'라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바람은 시원하고 달은 크고 낮게 떠 신기했으며 귓가에는 여전히 챙챙거리는 통기타 소리가 울려퍼지던, 그래서 정말 어쩌면 그날 꿈에서라도 별을 켜고 행복의 나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밤이었다. ps. 단체로 기타연주하던 걸 녹음해 와서 그걸 올리려고 했더니 계속 실패. 곰녹음기로 이상한 부분도 잘라냈고, 용량도 맞는데 왜 안 되는건지.ㅠ_ㅠ 게다가 이거 하느라 벌써 6시 40분. 지각은 아니지만 빠듯한 아침은 오늘도 변함이 없구나. 으악. ㅁ 사진출처: 불을 끄고 별을 켜다 - 제5회 에너지의 날 홈페이지 ㅁ 한겨레21 제725호 중 관련기사: [한대수] 골프 치지 말고 기타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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